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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им Нэсон. Человек-дьявол 9 страница



그리고 정란은 지금 피아노 앞에 묵묵히 앉아있는 그의 동무 마리아의 얼굴을 뚫어질 듯이 바라다보는 것이다.

마리아는 지금 두 손을 가만히 건반에 싣고 그럴 상 싶어서 그런지 비상히도 긴장된 눈동자로 악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마리아의 옆모양을 멀리 내빈석에서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사람에 또 한 사람 사법주임 임 경부가 있다.

그는 지금 포켓에 쓸어넣은 오른편 손으로 정란에게 온 주홍빛 협박장을 어루만져보면서 물결처럼 흐느적거리는 이 수많은 손님들 가운데 그 정체 모를 마인 - 백영호 씨와 공작 부인의 결혼식을 장송곡으로 축하하고자 하는 무서운 악마의 눈동자가 자기 얼굴에 닿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는 만일을 염려하여 홀 앞문과 뒷문에 사복한 경관들을 파수시켜놓고 뜻하지 않은 재화가 돌발하는 순간 홀 문을 앞뒤에서 꼭 잠궈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고 임 경부는 자신에게 타이르는 것이다. 어째 그러냐하면 그는 조금 아까 피아니스트 김마리아양을 불러다가 혹시 이상한 편지를 받은 적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김마리아는 그런 적은 없다고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었기 때문이다.

정각은 다다랐다.

팔십이 넘은 듯한 늙은 주례자가 기침소리와 함께 등단하여 이제부터 백영호와 주은몽의 결혼식을 거행하겠다는 말을 끝내자마자 신랑 백영호 씨가 들러리들을 뒤세우고 천천히 입장하였다.

뒤를 이어 신부 주은몽이 공작의 꼬리처럼 활짝 펴진 면사포를 끌며 유랑한 웨딩 마치와 함께 행복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다.



사람들은 웅성웅성 떠들기 시작했다. 웨딩 마치는 조금도 거침없이 두 사람의 원앙처럼 다행다복한 앞길을 축복하며 장엄한 톤과 리듬을 가지고 계속된다. 이윽고 주례자의 기나긴 상투적 교훈과 축하의 말이 끝나자

"이제부터 신랑은 신부에게 예물을 주는 것으로써 선량한 남편이 되기를 서약하고 신부는 신랑으로부터 예물을 받음으로써 정숙한 아내가 되기를 선언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예물을 주고받은 다음 각계 명사의 축전 축문의 낭독이 있은 후 신랑 신부가 팔을 끼고 퇴장하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란은 지금 피아노 앞에서 백납처럼 변한 김마리아의 얼굴을 발견하고 전신이 오싹함을 깨달았다.

"마리아!"

정란이 놀래서 상반신을 의자에서 일으키며 그렇게 불렀을 때, 다시 홀안을 울린 것은 행복에 찬 웨딩 마치 그것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찌된 셈인지 마리아의 양손이 흰 건반에서 죽은 듯이 움직일 줄을 몰랐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피아니스트에게로 쏠리었을 때, 마리아의 손가락은 다시 건반을 쾅하고 눌렀다.

2. 죽음의 행진곡

순간, 사람들은 자기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으니 그것은 독자 제군도 이미 예상하고 있은 바 저 잿빛이 쌓인 음침하고도 애도를 품은 쇼팡의 장송 행진곡 그것이 아닌가!

마침내 불안과 공포와 초조에 떨고있던 정란의 예감은 명중하였다.

행복의 길을 열어야할 결혼행진곡이 죽음의 길을 찾고있는 장송 행진곡으로 변하였다는 이 무서운 사실, 이 불길한 사실을 눈앞에 보는 군중은

"이게 무슨 곡조냐?"

"장송곡이 아닌가?"

"빨리 피아노를 멈추게 해!"

하고 저마다 떠들기를 마지않았으나 마치 납 인형(蠟人形)처럼 핏기를 잃은 피아니스트 김마리아의 손가락은 아직도 미친 듯이 건반 위를 딛고 있었다.

"마리아! 그만둬! 피아노를 그만둬!"

하고 부르짖는 정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비로소 마리아는 악몽에서 깨어난 것처럼 구슬땀이 비오듯이 흐르는 얼굴을 한 번 번쩍 들었다가 그만

"아악! - "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정란의 품 안에 쓰러지고 말았다.

바로 그 때 - 그렇지 않아도 수라장처럼 어지러워진 화려한 홀 안을 시커먼 공포의 장막으로 둘러 싸버린 무서운 사건이 또 하나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저 신랑신부가 이 뜻하지 않은 불길한 음악 소리에 행복의 발걸음을 우뚝 멈추고 숙였던 머리를 번쩍 들어 어지러워진 식장 안을 휘돌아 보던 그 순간이었다.

신부 주은몽의 눈동자가 불현듯 군중의 일각(一角)을 바라보자 그만

"악! - "

하고 고함을 치며 신랑 백영호 씨의 팔목에 새파랗게 변해버린 얼굴을 묻으면서

"악마! 악마!"

하고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백영호 씨는 깜짝 놀래어 신부의 몸을 껴안으며

"뭐, 악마… 누가, 누가 악마란 말이요?"

하고 부리나케 물었으나 극도의 공포를 느낀 신부는 얼굴을 파묻은 채 군중이 어른거리는 오른편쪽 한 모퉁이를 손가락질하며

"저기, 저기 이제 방금… "

하고 간신히 입을 떼는 신부 공작 부인의 목소리는 마치 십리 밖에서 들려오는 모기 소리처럼 가늘다.

그때 임 경부의 벼락같은 목소리가 식장 안을 흔들었다.

"여러분 조용히 하시오! 그리고 대단히 미안합니다만 아무리 바쁘신 분이 계시더라도 식장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떠들지 말고 약 한시간만 기다려 주시오. 한 시간 후에는 본 경찰관이 여러분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때는 벌써 사복한 경관들로 말미암아 홀 문은 물샐틈없이 잠겨버렸다. 뚜껑을 덮은 커다란 홀 안에서 지금 수백 명 군중은 벌떼처럼 떠들고 있을 뿐 -

"이처럼 경사스러운 날 이처럼 상스럽지 못한 취조를 감행하지 않으면 안될 본 경찰관들의 고충을 헤아리시오."

임 경부는 먼저 신랑 백영호 씨의 허락을 구한 후에 아직도 사지를 바들바들 떨고 있는 신부 주은몽을 향했다.

3. 앞뒷문을 꼭 닫은 식장에서

"오늘날 이런 신문을 하는 것을 용서해 주시오. 그리고 신부께서 아까 보신 그 악마란 자를 이 가운데서 골라내 주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그러나 공작 부인은 백영호 씨의 팔목에 매달린 채 무서움에 찬 눈동자로 수많은 군중을 도록도록 돌아볼 뿐이다.

"대체 무슨 일이 생겼소?"

백영호 씨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신부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한참 동안이나 식장을 둘러 보고있던 신부는

"보이지 않아요."

하면서도 시선으로는 이 구석 저 구석 군중을 헤치며 그 어떤 무서운 그림자를 쉼 없이 찾고 있었다.

하는 수없이 임 경부는 신부를 출입구 옆에 놓인 교의에다 앉혀놓고 한 사람씩 그 앞을 지나 홀 밖을 빠져나가는 손님들 가운데서 악마의 정체를 골라내기를 신부에게 청하였다.

손님들은 하는 수 없이 자기의 필적과 주소성명을 남겨놓고 한사람 한 사람씩 마치 시험관 앞을 지나는 수험생처럼 공작 부인의 앞을 지나서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 명 두 명 열 명 스무 명 - 이리하여 식장 안에는 가족 몇 사람을 남겨놓고 손님들은 모두 시험관 앞을 통과하였으니, 아아 이게 어찌 된 노릇인고?…

"없어졌어요! 보이지 않아요!"

하는 신부의 목소리와 얼굴빛은 한층 더 떨리었으며 한층 더 창백해진다.

"그럴 리가 있나?"

"그럴 리가 있겠소?"

바람같이 나타났다 바람과 같이 자취를 감춘 악마였다.

"이상한 일입니다."

"없을 리가 있나?"

누구보다도 혀를 차고 놀란 것은 임 경부와 백남수다.

"이상해요. 방금 보았는데 흰 두루마기를 입고… "

신부는 또 한 번 텅 빈 식장 안을 돌아다보는 것이다.

"음 - "

하고 임 경부는 한번 신음한 후에

"실로 믿을래야 믿을 수 없는 신비로운 사건이다. 인력으로는 도저히 엿볼 수가 없는 요술사의 재주다!"

하고 한번 더 혀를 찼다.

"그가 귀신이 아니고 사람인 이상 앞뒷문을 꼭 닫아버린 식장 안에서 신부의 눈에 안 보일 리가 없을 터인데 - "

하는 백남수의 말에 임 경부는

"하여튼 이상한 사건입니다. 저번 날밤 이선배라는 화가가 막다른 골목에서 연기처럼 없어지고, 이제 와서 또… "

"사실 우리들은 이번 사건에서 과학(科學)과 이성(理性)을 완전히 잃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백남수는 허황한 백일몽(白日夢)속에서 헤매고 있는 자신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4. 소년 승려 해월

"그러면 대체 아까 신부께서 보신 그 악마라는 사람은 누굽니까? 조금도 숨김없이 세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저번 날밤 신부를 해하고자 다도를 던진 그 도화역자와 동일 인물이 틀림없을 겁니다."

그때 정란이가 피아니스트 마리아의 손으로부터 석자의 붉은 봉투를 받아 임 경부에게 내주면서

"이것을 보시면 마리아가 어째서 웨딩 마치를 도중에 끊고 불길한 장송곡을 치지 않으면 아니 된 까닭은 아실 겁니다."

"붉은 봉투?"

임 경부는 그렇게 외치며 신부에 대한 질문을 잠시 멈추고 먼저 마리아의 자백에 귀를 기울였다.

임 경부가 받아 쥔 세 개의 붉은 봉투 - 발신인의 주소성명이 쓰이지 않은 이 석 장의 편지는 저번 정란이가 받은 그것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가진 무시무시한 협박장이다.

역시 주홍빛 편지지였다. 그중 한 구절을 여기서 소개해 보겠다.


(마리아! 이번이 세 번째 명령이다. 네가 만일 백정란이 한달 후 핏덩어리로 변해버릴 운명에 있다는 사실을 짐작한다면 너는 결코 떠들지 말고 조용히 나의 명령에 복종함이 좋으리라. 한 달 안에 나는 정란의 사령(死靈)을 위하여 장송곡을 칠 것이다.

마리아! 네가 만일 목숨이 아깝다고 생각하거든 혹시라도 나의 경고를 헛된 협박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너는 경찰의 힘을 빌릴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무슨 연고로?… 경찰의 힘도 나의 철석과 같은 의지를 추호도 움직이게 못할 것이며 저지 못할 것이다.

나의 이 위대한 힘 자연을 초월한 마술사의 재주를 너는 저 백영호 씨와 공작 부인의 결혼식장에서 목격할 것이다.)


과연 이 대담하고도 무시무시한 마인의 선언은 지금 수백 명 군중 앞에서 훌륭히 실행되지 않았는가!

임경부는 이 어리석은 마리아의 행동을 픽하고 코웃음 치려는 자기 입술을 꽉 깨물고 신부를 향하였다.

"그러면 아까 보신 그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시오."

공작 부인의 입으로부터 간신히 흘러나온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그것은 주은몽이 열 여섯 살 먹던 해 여름 일이었다.

어렸을 때 양친을 잃은 은몽은 그해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할머니와 함께 금강산 백도사(白道寺)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던 그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고 -

수많은 절간이 산재해있는 금강산에서도 이 백도사라는 절은 가장 초라하였으며 손님이라고는 은몽이네 둘 외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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