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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им Нэсон. Человек-дьявол 3 страница



"흥."

공작 부인은 입맛이 쓰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은몽 씨! 은몽 씨는 나의 아버지의 무엇과 결혼하시렵니까?… 백만 원의 재산?…"

"노오."

"그의 인격?…"

"노오."

"그에 대한 의리?…"

"예스! 그리고 그의 성의!"

두 사람의 이야기는 거기서 잠깐 그쳐졌다가

"한 달 후에는 남수 씨의 젊은 어머니 - "

"젊은 어머니!"

감개무량하다는 남수의 어투였다.

"그런데 은몽 씨는 지금까지 참으로 사랑을 바쳐 본 사나이가 있습니까?"

"한 사람쯤이야 - "

"누구?"

"그것은 알아서 무엇하세요. 칼이라도 들고 덤벼들겠어요?"

"참 농담은 그만하고 - "

남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지금 저기 소파에 앉아있는 실크햇트에 모노클을 쓴 신사 - 그가 대체 누굽니까?

하고 말머리를 돌렸다.

"글세 누굴까?… 아, 이선배라는 화가가 아니에요?"

"전부터 친분이 있었습니까?"

"아뇨. 오늘밤이 처음 - 아직 인사도 못했어요."

공작 부인은 그리고 남수의 어깨위로 묵묵히 앉아있는 씰크햇트의 신사를 뚫어질 듯이 넘겨다본다.

남수는 다시 말을 이어

"그리고 조금 아까 곡마단의 어릿광대로 가장한 사람을 보았는데 그는 대체 누굽니까?"

"얼굴에다 회떡 같은 분칠을 하고 우스워서 죽겠다는 듯이 초생달처럼 찢어지도록 웃는 입, 그리고 머리에는 주홍빛 수건을 쓰고…"

공작 부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홀 안을 이리저리로 휘둘러보았다.

"어디 있어요?"

"없을 리가 있나? 조금 아까도 있었는데 - "



"누굴까?…"

남수와 공작 부인이 홀 안을 아무리 살펴보았으나 주홍빛 도화복으로 전신을 감추고 히죽히죽 웃고 서있던 수상한 그림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2. 도화역자(道化役者)

1. 연애 지상주의자가 아니다

춤은 또 한 차례 끝났다.

백남수와 헤어진 공작 부인은 저편 소파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이선배 옆으로 걸어갔다.

그때 이선배는 얼른 포켓에서 커다란 마스크를 꺼내어 눈과 이마를 가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선배 - 김수일(金秀一)군을 대신하여 이 흥미있는 가장무도회를 구경할 셈으로…"

독자 제군은 이선배가 오늘밤 이 공작 부인의 저택에 발을 들여놓으면서부터 자기의 본 음성은 감추고 가짜 목소리로 대화(對話)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두어야만 할 것이다.

공작 부인은 약간 수심을 띤 얼굴로

"수고로이 오셨습니다. 수일 씨와는 전부터 친분이 있었어요?"

"저와 수일 군은 막역지우 - 수일군의 일신상의 일이라면 무엇이던지 잘 알고있습니다."

"네. 그러세요?"

공작 부인의 주옥같은 두 눈동자가 반짝하고 빛났다.

"공작 부인, 이리로 좀 나오시지요."

이선배는 앞장을 서서 홀 밖 발코니로 나갔다. 명수대 일대에 고요히 흐르는 달빛 -

"그래, 수일 씨는 어디 편찮으세요?"

그러나 그때 자칭 화가 이선배는 엄숙한 목소리로

"공작 부인!"

하고 힘있게 불렀다. 순간, 공작 부인의 화려한 얼굴빛이 후딱 어두워 졌다.

"네?…"

"백영호 씨와의 결혼식을 끝끝내 거행하실 작정입니까?"

이선배의 물음이 떨어지자마자 공작 부인의 관을 쓴 머리가 창백한 달빛 속에서 힘없이 수그러졌다.

"대답을 하십시오! 당신의 대답 여하에 따라 수일군의 일생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

"그처럼 순진하고 쾌활한 청년으로부터 당신은 영원한 행복을 빼앗으려는 겁니까?"

"…"

"대답을 하십시오! 그에게 준 사랑의 말 - 자기 입으로 뱉은 말에 책임을 못 느끼십니까?"

그러나 공작 부인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수그렸던 머리를 들어 달빛에 곱게 깔린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꿈과 같은 백요(白妖)의 세계, 멀리 서울시가의 울긋불긋한 네온이 호화롭게 흐른다.

"수일 씨!… 수일 씨!"

약간 떨리는 공작 부인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긴 한숨과 함께 얽히어 나왔다.

"운명은 김수일 씨와 저와의 서로 사모하는 마음을 허락했으나 결혼까지는 허락지 않았다고 - 돌아가시면 부디 그렇게 전해주세요."

"그러면 당신은 백영호 씨의 백만 원과 결혼하시렵니까?"

"말씀을 삼가세요."

"그러면…"

"백 선생은 나의 예술의 파트론 - 나의 예술을 가장 깊게 이해하는 사람 - 나의 세계적 진출을 위하여 노력한 사람이에요."

"사랑과 의리를 구별하시지요."

"저는 연애 지상주의자가 아니라는 말을 수일 씨에게 전해 주셨으면 고맙겠어요."

"잘 알아듣겠습니다. 다시는 수일군의 자취를 찾으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

이선배가 던진 최후의 한 마디는 확실히 공작 부인의 가슴을 바늘로 찌른 듯, 긴 눈썹 밑에 숨어있던 두 눈동자가 쏘는 듯이 이선배를 쳐다보는 것이다.

2. 의학박사 문학수와의 로맨스

그때 젊은 안내인이 밖으로 나오면서

"아씨, 삼청동 댁에서 보이었습니다."

하고 공손히 읍하였다.

"아, 그래?"

하고 공작 부인은 잠깐 주저하는 모양을 보이더니

"그럼,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한 마디를 남겨놓고 약혼자 백영호를 맞이하여 홀 안으로 들어갔다.

이선배는 공작 부인이 사라진 홀 문 쪽을 언제까지나 바라보면서 중얼거린다.

"아아! 절망이다! 암흑이로구나!"

***

발코니에서 이선배와 헤어진 공작 부인은 지금 홀 안으로 들어서는 백영호 씨와 그의 딸 정란(貞蘭)을 향하여 걸어간다.

화려한 러시아 귀족의 복장을 입은 백영호 씨는 서양 사람 모양으로 젊은 약혼자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였다.

"아버지는 오늘밤 자기를 네푸류도프 공작이라고 부르랍니다. 저 카츄사를 위하여 일생을 참회 생활로 보낸 도덕적 연애인!"

서반아의 집씨 칼멘으로 분장한 정란이가 냉큼 나서면서 공작 부인의 손목을 잡았다.

"호호… 네푸류도프 공작!"

공작 부인은 반만큼 웃는 낯으로

"그럼 나도 저 천진난만한 카츄사로 분장을 했으면 좋았을걸!"

그러면서 약혼자의 딸 정란의 부드러운 어깨를 정답게 껴안았다.

그 한 마디가 늙은 백영호를 어지간히 만족시킨 모양이다.

"카츄사가 공작의 면류관을 썼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지. 하하하…"

백영호는 눈부신 듯이 젊은 약혼자의 아담한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네푸류도프 공작이라는 공작(公爵)과 공작 부인이라는 공작(孔雀)의 일치에 무척 흥미를 느끼시는 모양이야. 그렇지 않아요? - 네푸류도프 공작 부인!"

"호호호…"

"호호호…"

"얘는 너무 입이 빨라서 - "

"그래 그렇지 않으세요? 아버지."

"그래 그래, 네 말이 맞다."

사 년 전 어머니를 여윈 정란은 홀아버지의 사랑을 혼자 받아가면서 자랐다. 작년 봄 P여자전문학교 음악과를 마치고 혼담이 비오듯이 쏟아지는 금방석 위에 앉은 정란이었다.

그 수많은 혼담 가운데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서 아까 잠깐 독자 제군에게 소개해둔 그리샤 조각형(型)의 미남자 오상억 변호사가 있었다.

청년 변호사 오상억은 법조계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존재일뿐더러 백영호 씨의 고문변호사란 지위로 따져보더라도 백정란의 약혼상대자로 누구보다도 유력한 후보자였다. 백영호 씨는 딸 정란에게 오상억을 택하기를 누구보다도 주장한 사람이다.

그러나 정란의 가슴속에는 아버지 말을 거역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한 가지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작년 봄 학위논문이 통과된 의학박사 문학수(文學洙)와의 얽혀진 로맨스였다. 정란은 마침내 아버지를 설득하여 문학수와 약혼하였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작년 늦가을의 일이었다.

인물 소개는 이만해두고 이제부터 필자는 그리도 호화롭던 가장무도회가 돌연 공포의 마수가 어물거리는 암흑의 세계로 변하지 않으면 안되게 된 사실을 기록하여야만 될 때가 왔다.

그것은 유랑한 음악에 맞추어 약혼자 백영호 씨를 상대로 한차례 춤을 추고 난 공작 부인이 저편 소파에 걸쳐 앉아서 자기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씰크햇트의 신사 이선배와 시선이 부딪침에 그 청아한 눈동자가 구름 낀 하늘처럼 어두워졌을 때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어째 그리 안색이 좋지 못하시오? 무슨 근심되는 일이나?…"

백영호 씨의 음성은 언제나 은근히 그리고 부드럽게 굴러 나오는 것이다.

3. 쓰러진 공작 부인

"아니에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 저 잠깐 화장을 고치고 나오겠습니다."

그리고 공작 부인이 이선배 앞을 거쳐서 복도로 나가버린 지 약 오 분 후 돌연

"악!"

하고 마치 장막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부르짖음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린가?"

열광적으로 춤추며 돌아가던 여러 손님들은 마치 방바닥에 얼어붙은 듯이 우뚝 멎었다. 그때 또 한번

"아아아악!"

하고 외치는 공작 부인의 공포에 찬 목소리가 사람들의 고막을 찢는다.

"공작 부인의 목소리가 아닌가?"

"이게 대체 어디서 나는가?"

방바닥에 얼어붙은 듯이 우뚝 멎었던 손님들은 다음 순간,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무서운 예감을 전신에 느끼면서 떠들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빛살같이 홀 밖으로 뛰어나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하나는 턱시도에 씰크햇트를 쓴 이선배의 검은 그림자요, 하나는 네프류도프로 분장한 백영호 씨의 흰 그림자였다. 그리고 그 뒤를 사람들이 쫓았다.

"공작 부인은 어디 있습니까?"

이선배의 고함소리다.

"화장실에 있을 겁니다."

백영호 씨의 목소리다.

이선배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넓은 복도를 왼편으로 달음박질해간다. 그는 전부터 공작 부인의 화장을 잘 알고 있던 사람처럼 서슴지 않고 왼편 복도 맨 나중 방 도어를 힘차게 열어제쳤다. 그 순간

"앗!"

하고 외치는 이선배의 놀란 목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덜컥하고 눌렀다.

사람들은 대체 거기서 무엇을 보았는가?…

커다란 삼면경(三面鏡) 앞에 무참히 쓰러져 있는 공작 부인의 몸뚱이! 공작 부인의 왼편 어깨 위에 날카로운 비수가 박혀 있지 않은가 -!

"이게 어찌된 일이요!"

이선배와 백영호 씨는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부르짖으며 쓰러진 공작 부인 옆으로 뛰어갔다.
"빨리, 빨리… 저 주홍빛 어릿광대를… 들창으로… 그 들창으로…"

공작 부인의 숨찬 목소리와 함께 그의 백납(白蠟)처럼 흰 손가락이 활짝 열어 재친 달빛 어린 창 밖을 가리키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주홍빛 어릿광대?…"

사람들은 일순간 그 주책없이 히죽히죽 웃으며 돌아가던 곡마단의 웃음단지 도화역자의 간판 같은 얼굴이 번개 같이 눈앞에 떠올랐다.


Дата добавления: 2015-08-29; просмотров: 17 | Нарушение авторских пра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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