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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는 그러나 전혀 신나지 않았다. 마조르카에 있다고 해서 더즐리 가족이 그를 프리벳가에서보다 더 잘 대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아, 난 시내에 가서 두들리와 내가 입을 턱시도를 빌려 오겠어. 그리고 넌." 그가 해리에게 고함쳤다. "네 이모가 청소하는 동안 바깥에 나가 있거라."
해리는 뒷문으로 나갔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이었다. 그는 잔디밭을 가로질러가, 정원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속으로 노래를 불렀다.
"내 생일 축하합니다. 내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카드나, 생일 선물은커녕, 그는 바로 자신의 생일날에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척하며 보내야 할 것이다. 그는 비참한 마음으로 울타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무 외로웠다. 호그와트보다도, 퀴디치보다도, 단짝 친구들인 론 위즐리와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몹시 그리웠다. 그들은 그러나 그의 안부가 전혀 궁금하지 않은 것 같았다. 론은 해리에게 자기 집에 놀러오라는 말까지 해놓고, 여름 내내 편지 한 통이 없었다.
해리는 마법을 써서 헤드위그의 새장을 열고 론과 헤르미온느에게 편지를 보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미성년 마법사들은 학교 밖에서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해리는 그러나 더즐리 가족에게는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들이 해리를 요술지팡이와 빗자루와 함께 계단 밑 벽장 속에 가두지 않았던 건 혹시나 그가 자신들을 쇠똥구리로 만들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걸 해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난 첫 두 주일 동안, 해리는 말도 되지 않는 말을 중얼거려 두들리가 그 뚱뚱한 몸을 이끌고 방에서 쏜살같이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즐겼었다. 하지만 론과 헤르미온느에게서 오랫동안 아무 소식이 없자 마법의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이제는 두들리를 놀리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었다. 더욱이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의 생일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호그와트에서 연락이 온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구라도 좋았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 심지어 정말 미운 녀석인, 드레이코 말포이를 본다 해도 기쁠 것 같았다.
물론 호그와트에서 보낸 1년이 언제나 재미있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마지막 학기말에, 해리는 볼드모트와 마주쳤었다. 볼드모트는 갓난아기였던 해리 때문에 힘이 약해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무섭고, 여전히 교활했으며, 여전히 힘을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해리는 또 한번 볼드모트의 마수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긴 했지만, 몇 주가 지난 지금도, 밤마다 식은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잠에서 깨어나 볼드모트의 격노한 얼굴과 성난 커다란 눈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곤 했다.
해리는 갑자기 정원 벤치에 똑바로 앉았다.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울타리에서 무언가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뭇잎들 사이로 커다란 초록빛 눈동자 두 개가 보였다.
해리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섰을 때 잔디밭에서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알지, 난 알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난 알지." 두들리가 노래를 부르며 그에게로 뒤뚱뒤뚱 걸어왔다.
그러자 그 커다란 눈동자들이 몇 번 깜박거리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뭐라구?" 해리가 그 눈동자들이 있었던 곳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안다구." 두들리가 그에게로 바짝 다가서며 말했다.
"좋겠다." 해리가 말했다. "이제야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게 되어서."
"오늘은 바로 네 생일이야." 두들리가 비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카드 한 장 못 받았니? 그 괴상한 곳에는 친구가 하나도 없나부지?"
"우리 학교에 대해 말했다간 네 엄마에게 혼날걸." 해리가 냉정하게 말했다.
두들리가 살찐 엉덩이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는 바지를 끌어 올렸다.
"왜 울타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니?" 그가 수상쩍다는 듯이 물었다.
"울타리에 불을 지르는 가장 좋은 주문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이었어." 해리가 말했다.
그러자 두들리의 그 피둥피둥한 얼굴이 금방 겁먹은 표정으로 변하더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넌 그 그럴 수 없을걸 아빠가 네게 마법을 부리면 안된다고 하셨잖아. 넌 집에서 쫓겨날 거야. 그리고 넌 달리 갈 곳도 없잖아. 널 데려갈 친구도 하나 없다구."
"지거리 포커리!" 해리가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호쿠스 포쿠스 스퀴글리 위글리" "어어어엄마!" 두들리가 집으로 줄행랑을 치다가 발이 걸려 넘어지며 울부짖었다. "어어엄마! 해리가 그걸 하고 있어요!"
해리는 자신을 놀렸던 두들리에게 보란 듯이 앙갚음을 해주었다. 두들리도 울타리도 전혀 손상되지 않았으므로 페투니아 이모는 그가 정말로 마법을 부렸던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비누투성이의 프라이팬으로 그의 머리를 세게 때리려고 하는 바람에 그는 머리를 홱 숙여야했다. 그 뒤 그녀는 일을 다 끝마칠 때까지는 절대로 밥을 주지 않겠다는 엄포를 놓고, 그에게 집안 일들을 잔뜩 시켰다.
두들리가 빈둥거리며 지켜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동안, 해리는 창문을 닦고, 세차를 하고, 잔디를 깎고, 꽃밭을 손질하고, 장미 가지를 치고, 물을 주고, 정원 벤치에 페인트 칠을 디시 했다. 머리 위에서 타오르는 뜨거운 햇살이 목덜미를 태웠다. 해리는 두들리의 미끼에 걸려들지 말았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두들리가 해리 자신이 생각해오고 있었던 바로 그 아픈 부분을 찔렀으므로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면 호그와트에는 정말로 그의 친구가 하나도 없는지도 몰랐다.
'그들은 평범한 해리 포터가 아니라 유명한 해리 포터를 친구로 삼고 싶은 거야', 그는 화가 나서 꽃밭에 거름을 주며 이렇게 생각했다. 등이 쑤셨고, 얼굴에서는 땀이 비오 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어서야 페투니아 이모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이제 그만 안으로 들어와라! 그리고 신문지 위로 걸아와!"
해리는 이제야 살았구나 하며 번쩍이는 부엌 한쪽으로 살그머니 들어갔다. 냉장고 위에는 오늘 밤 파티 때 먹을 보라색 제비꽃 설탕으로 장식된 커다란 생크림 푸딩이 올려져 있었다. 오븐에서는 또 돼지고기 요리가 지글거리고 있었다.
"얼른 먹어라! 메이슨 부부가 금방 오실 테니까!" 페투니아 이모가 부엌 식탁에 올려진 빵 두 쪽과 치즈 덩어리 하나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녀는 벌써 핑크빛 칵테일 파티용 드레스로 갈아 입고 있었다.
하잘것없는 음식이었지만 해리는 너무 배가 고팠으므로 얼른 손을 씻고 허겁지겁 먹었다. 그가 다 먹자, 페투니아 이모가 접시를 홱 치워 버렸다. "이층으로 올라가거라! 해리!"
거실로 들어가는 문을 지나칠 때, 해리는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를 입고 있는 버논 이모부와 두들리를 흘끗 바라보았다.
그가 이층 층계참에 막 도착했을 때 초인종이 울리자 계단 밑에 사나운 버논 이모부의 얼굴이 나타났다.
"명심해라 조금이라도 소릴 냈다간"
해리는 발소리를 죽이고 급히 방안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닫고는, 침대에 누우려고 휙 돌아섰다.
그런데 침대에 이미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제2장
도비의 경고
해리는 용케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하마터면 그럴 뻔했다. 침대 위에 앉아있는 그 작은 생물은 박쥐 같은 커다란 귀에 테니스 공 만한 툭 불거진 초록색 눈을 갖고 있었다. 해리는 이 생물이 바로 그날 아침에 정원 울타리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것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을 때, 거실에서 두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외투를 받아들일까요, 메이슨 아저씨, 메이슨 아줌마?"
그 생물은 미끄러지듯 침대에서 내려와 그 길고 가느다란 코끝이 카펫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푹 숙여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것은 낡은 베갯잇에 팔과 다리가 들어갈 구멍을 뚫은 것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어 안녕." 해리가 약간 겁먹은 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 포터!" 그 생물이 아래층까지도 들릴 것 같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비가 당신을 얼마나 오랫동안 만나고 싶어 했는데요, 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 "고 고마워." 해리가 벽에 바짝 다가선 채로 조금씩 움직여가, 책상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 옆에 있는 커다란 새장 속에서는 헤그워그가 잠을 자고 있었다. 그는 "넌 뭐지?"라고 묻고 싶었지만 너무 실례일 것 같았으므로, 대신 이렇게 물었다.
"넌 누구니?"
"도비예요. 그냥 도비요. 집의 꼬마요정이죠." 그 생물이 말했다.
"아 그래?" 해리가 말했다. "어 실례가 된다는 건 알지만 지금은 내 방에 네가 있기에 그렇게 좋은 시기가 아닌 것 같아."
거실에서 페투니아 이모의 꾸며낸 높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요정이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널 만나서 기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해리가 얼른 말했다.
"어, 뭐랄까, 네가 여기에 온 특별한 이유라도 있니?"
"그럼요." 도비가 진지하게 말했다. "도비는 당신에게 말할 게 있어서 왔어요. 말하기가 좀 어렵네요.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도비는 모르겠어요."
"앉아." 해리가 침대를 가리키며 점잖게 말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꼬마요정이 별안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 앉으라구요!" 그가 울면서 말했다. "한번도 단 한번도."
해리는 아래층에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미안해." 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했던 건 아냐"
"도비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구요!" 꼬마요정은 목이 메었다.
"도비는 마법사들에게 앉으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은 적이 한번도 없어요."
해리는 "쉿!" 이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기분을 돋우는 표정을 지으며, 도비를 다시 침대로 안내했다. 꼬마요정은 딸꾹질을 하며 마치 커다란 못생긴 인형처럼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럭저럭 울음을 그치긴 했지만 커다란 눈에 여전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해리를 끝없이 동경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네가 많은 친절한 마법사들을 만나지 못했던 것뿐이야." 해리가 그의 기분을 달래려고 애쓰며 말했다.
도비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머리를 창문에 마구 부딪히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Дата добавления: 2015-08-27; просмотров: 70 | Нарушение авторских пра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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