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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им Нэсон. Человек-дьявол 2 страница



"허어, 훌륭한 이국 풍경(異國風景)이로군!"

입으로는 감탄사를 던지면서도 그는 별로 놀랜 기색도 없이 서슴지 않고 산데리아가 찬연히 빛나는 넓은 홀 안을 한번 휘 둘러보았다.

가장 무도회는 지금이 한창이다. 저편 상단에는 그리 빈약하지 않은 밴드가 자리를 잡고 있고 백인백양 가지각색으로 가장을 한 신사숙녀들이 열정적인 음악에 맞추어가며 짝짝이 쌍을 지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춤추는 양은 마치 파리의 캬바레를 서울에 옮겨온 것과 같은 광경이다.

중세기의 나이트(기사 - 편집자 주*)로 변장한 사람, 빅토리아 왕조의 궁녀로 가장한 사람, 인도의 귀족을 흉내낸 사람, 집시풍의 여자 - 그들의 가장을 한 사람 한 사람씩 따져볼 때 가장술이 극히 유치하고 빈약함을 면치 못했으나, 그러나 이렇게 멀찍이 서서 바라보면 그리 추한 광경도 아니라고 신사는 생각했다.

그는 - 아니 화가 이선배는 홀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으나 이 가장 무도회의 주인공인 공작 부인을 발견할 수 없는 것이 수상스러웠다.

그는 한편 모퉁이 종려수(棕 樹) 그늘 밑에 놓여 있는 소파로 걸어갔다. 아까부터 파초나무 그늘 아래 외로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한 사람의 청년을 발견한 것 때문이다.

청년은 별로 가장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눈에다 시커먼 마스크를 썼을 뿐이다. 사람들의 춤추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앉아있는 그의 입술과 눈동자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이 가장 무도회를 비웃는 듯한 표정이 노골적으로 나타나있다.



"공작 부인은 아직 홀에 나읒?않았습니까?"

화가 이선배는 청년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서면서 은근히 물었다.

청년은 그 어떤 망상에서 깨인 듯이 머리를 돌려 이선배의 차림새를 유심히 살피더니 한 번 빙그레 웃으면서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아르세느 루팡은 아래턱에 수염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돌프 맨쥬도 역시 아래턱에 수염이 없지요."

하고 의외의 말을 건넸다.

"그러나 때로는 루팡도 아래턱에 수염을 기르지요. 필요를 느낄 때는 - "

하고 대답하는 이선배는 불문곡직하고 내쏘는 이 청년의 어투가 무척 마음에 든 모양이다.

청년은 역시 빙글빙글 웃으면서

"필요를 느낄 때는 - 그렇지요. 루팡은 그 어떤 굉장한 범죄를 실행할 때는 백발노인으로도 변장할 테니까요. - 하하하… 하여튼 훌륭한 가장술을 가지셨습니다. 오늘밤 여기 모인 손님 중에서 당신의 가장술이 가장 으뜸일 겝니다. 자아 여기 앉으시지요. 저는 이러한 사람입니다."

하고 청년은 명함을 꺼내었다.

이선배는 잠깐 명함을 들여다보더니

"아 당신이 그 유명한 탐정소설가 백남수(白南樹)씨?…"

이선배는 적지 않게 흥미를 느끼는 모양으로 상대자를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유명하다는 말은 빼놓으시지요."

"글세, 나의 가장을 루팡으로 보시는 것을 보니… 저는 이선배 -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이선배도 명함을 꺼냈다.

"이선배씨?…"

"네, 이선배 - "

"이선배…"

그림에도 남달리 많은 취미를 가진 탐정소설가 백남수는 여태껏 이선배라는 성명을 가진 화가를 모르는 모양이다.

4. 수상한 어릿광대

그런 눈치를 알아차린 이선배는

"아직 백남수 씨처럼 유명한 이름을 가지지 못하여 대단히 미안합니다."

하고 하하 웃었다.

"천만에요. - 그런데 그림 그리시는 지는 오래셨습니까?"

"한 이삼일 되었지요."

"이삼일?…"

탐정 소설가 백남수는 이 유머러스한 대답에 말문이 막혔다기보다도 오히려 유쾌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그래 이삼일 동안 어떤 그림을 그리셨습니까?"

"고양일 그릴 셈으로 붓대를 들었더니 그만 호랑이가 되고 말아서 - 하하하…"

"하하하하…"

두 사람은 십 년의 친구를 만난 듯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나 백남수는 웃으면서도 마음으로는 머리를 기웃거리었다. 끝끝내 자기의 본명과 직업을 감추어 두는 자칭 화가 이선배의 정체가 무척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까 잠깐 나와서 한 차례 춤을 추고 도로 들어갔습니다. 아직 그의 피앙세 백영호 씨께서 등장을 안 하셔서."

"백영호 씨!… 허어 자기 부친의 성명 삼자를 함부로 입에 담는 습관을 우리는 아직 갖지 못한 줄 알았더니…"

이선배는 약간 놀란 모양이다. 그러나 백남수는 여전히 빙글빙글 웃고만 있다.

빙글빙글 웃고만 있다가 그는 이런 말을 하였다.

"오늘밤 이 가장 무도회에 출석한 손님들을 대개는 다 알아보겠는데 도무지 그의 정체를 엿볼 수 없는 손님이 꼭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하고 그는 손을 들어 저편 한 모퉁이를 가리켰다.

"아, 저기 서있는 써커스의 파리앗치(道化役者) 말씀입니까?"

"네, 얼굴을 저렇게 그림 그리듯이 그려놓았으니 저게 대체 누군지… "

"하하, 가장도 저렇게 대담하게 하고 나서며 증오를 느낀다는 것보다도 도리어 애교가 있는 걸!"

저런 밴드 옆 한 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사람들의 춤추는 양을 히죽히죽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이상한 인물 - 저 곡마단의 웃음단지, 어릿광대의 복색을 한 인물이 바로 그 사람이다.

목에 커다란 것이 달린 주홍색 도화복을 입고 역시 붉은 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 맺을 뿐만 아니라 회떡갈이 분칠한 얼굴에다 붉은빛, 파랑빛, 노랑빛, 이렇게 여러 가지 빛으로 눈, 코, 입술 같은 것을 간판처럼 그려놓았으니 탐정 소설가 백남수의 호기심을 어지간히 끈 것도 사실 무리가 아니었다. 아니 백남수만이 아니라 수많은 손님들 중에는 그가 대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그 수상한 어릿광대에 쏠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춤을 추면서 속삭이는 것이다.

"하필 저런 어릿광대로 가장을 한담?"

"흥, 사람이란 다 저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니까요."

"대체 누굴까, 저이가…?"

"글쎄 누굴까?"

그때 어릿광대는 그 우스운 얼굴로 백남수와 이선배가 서 있는 이편 쪽을 힐끗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 반월(半月)처럼 커다랗게 찢어진 입술에 이상한 웃음을 띄우면서 훌쩍 홀 밖으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5. 수완 좋은 청년 변호사

이선배는 어릿광대의 우쭐우쭐하면서 걸어 나가는 뒷모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백남수에게로 얼굴을 돌리며

"그런데 또 한 사람, 도무지 정체를 알아보지 못할 사람은 누굽니까?"

백남수는 잠깐 이선배를 쳐다보면서

"또 한 사람은 고양일 그리다가 그만 호랭이를 그린 화가 이선배 씨!"

"하하… 화가 이선배의 정체가 암만해도 마음에 걸리시는 모양입니다그려. 하하하…"

이선배가 그렇게 호기 있는 웃음을 연발할 즈음에 박수 소리가 홀 안을 요란히 울렸다. 한 차례의 춤이 또 끝났기 때문이다.

그때 번쩍거리는 금테안경을 쓰고 검은 모번단으로 만든 중국복을 입은 한 사람의 청년신사가 사람들을 헤치며 이편으로 걸어온다.

그는 소파에 앉은 백남수를 발견하고

"여어, 백군 아닌가!"

하고 소리를 치며 다가선다.

"어째 그리 쓸쓸히 앉았는 게야? 남들은 이처럼 흥이 나서 춤들을 추는데 응?… 공작 부인이 꾸며놓은 이 가장 무도회에 대한 군의 감상은 어때?"

중국복의 신사는 그 조각(彫刻)처럼 단정한 용모에 반만큼 미소를 띄우면서 은으로 만든 씨가렛트케이스를 포켓에서 꺼내어 담배를 붙인다.

그러나 남수는 한 번 빙그레 웃고 나서

"하여튼 군의 감상부터 먼저 들어보세나. 보건대 무척 유쾌한 모양인데, 요즘 도무지 웃을 줄을 모르던 군이 그처럼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하고 의미 있는 눈으로 상대자를 쳐다보며

"국제도시 상해에서 수입해 온 춤인만큼 참 훌륭한 걸. 공작 부인을 제법 리드하는 걸 보니."

"하하 그걸 보았나?… 그러나 백 선생(백영호 씨)의 춤이야말로 본격적일 걸. 홈바 파리의 사교장에서 가져온 만큼… 그런데 어째 백 선생이 아직 안 보이지?… 정란(남수의 누이동생) 씨두 아직 안 보이구…"

이선배는 그 순간 이 중국복을 입은 청년신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그 어떤 고뇌의 빛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웃음이 사라진 청년의 얼굴 - 그것은 마치 단련한 그리스 조각처럼 어여쁜 얼굴이다. 이선배는 아직까지 그처럼 어여쁜 용모를 처음 보았다.

청년은 홀 안을 한 번 휘둘러 보고나서 자기의 고뇌를 떨쳐버리려는 듯이

"하하하… 하여튼 백 선생이야말로 조선의 행운아 - 아니 세계의 행운안 걸! 오십 오 세의 늙으신 몸으로서 공작 부인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니까… 백군 그렇지 않은가?"

그는 억지로 자기가 유쾌하다는 것을 상대자에 보이려는 듯이 웃어 보이며 옆에 앉은 신사, 모노클에다 씰크해트를 쓴 이선배의 차림새를 흥미 있는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백남수는 그때 얼른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두 분을 소개하겠습니다. 이분은 이선배 화백, 그리고 이 이는 저희 집의 고문 변호사, 다년간 만주 개발에 많은 힘을 쓰고 있는 오상억(吳相億) 군입니다."

아아 그런가! 청년 변호사로서 가장 수완이 능란하다는 오상억 변호사였던가!

그때 이 가장 무도회의 여주인공 공작 부인이 홀에 나타났다.

홀 안이 터져 나갈 듯한 박수소리 -

***

머리에다 옇??활짝 펼친 공작의 관을 쓰고 흰 바탕에 금실로 수놓은 화려한 야회복을 입은 공작 부인은 손님들께 가벼운 답례를 하며 돌아간다.

음악소리는 다시 홀 안을 울렸다. 왈츠다.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선으로 상대자를 고르면서 홀 중앙으로 몰려든다.

백남수는 이선배를 혼자 소파에 남겨놓고 군중을 헤치면서 공작 부인 앞으로 걸어가서

"오늘밤만은 저도 서양 사람이 된 사람이니 - 공작 부인, 부인과 함께 춤추는 영광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시겠습니까?"

하고 그는 약간 허리를 굽히고 공작 부인의 손등에 입을 대는 흉내를 낸다.

6. 젊은 어머니 은몽 씨!

공작 부인은 얼굴에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대답 대신 왼손을 백남수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이리하여 춤은 다시 시작되었다. 무르녹는 듯한 음악소리와 아울러 홀 안은 흐느적거리는 왈츠의 물결이다.

"그런데 백 선생께서는 어째 아직 안 보이죠?… 같이 떠나오시지 않았어요?"

"저, 백영호 씨 말씀입니까?"

"아이 어쩌면!"

"공작 부인의 바깥어른 - 아니 한 달 후면 바깥어른이 되실 양반! 허어, 백영호 씨야말로 세계에 둘도 없는 행운아죠."

"그만두세요. 누가 자기 아버지를 그렇게 부른담?…"

"아니올시다. 그건 저 오상억 변호사가 아까 나에게 한 인사였죠. 세계에 둘도 없는 행운아라고 - 오군은 공작 부인에게 많은 흥미를 가진 모양인데."


Дата добавления: 2015-08-29; просмотров: 35 | Нарушение авторских пра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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